대구의 밤은 군더더기 없이 명료하다. 산이 둘러싼 분지의 공기가 초저녁엔 약간 묵직하고, 자정 무렵엔 가볍게 식는다. 빛은 그 사이에서 선명해진다. 강렬한 간판색, 전통시장 네온, 고가도로의 헤드라이트 궤적, 그리고 팔공산 능선 위로 번지는 도시광. 사진가에게 이 도시의 밤은 과장 없이 확실한 대비를 준다. 적당한 빛 공해가 있어 장노출에는 이점이 있고, 골목마다 다른 색온도가 섞여 묘한 서사를 만든다. 몇 해 동안 야간 촬영으로만 대구를 돌며, 어느 길에서 몇 초를 끌고, 어느 다리에서 몇 번 기다려야 하는지 체감으로 적립했다. 여기선 단순 명소 나열이 아니라, 어떤 프레임과 상황에서 빛이 살아나는지 중심으로 적어본다.
반월당과 동성로, 색온도의 혼잡을 이용하는 법
반월당 사거리는 대구의 심장이다. 지하철이 교차하고, 동성로로 흘러가는 인파가 끊이지 않는다. 야간 촬영에선 신호 대기 시간과 네온 간판의 점멸 리듬이 타이밍을 만든다. 교차로 북동쪽 모서리에서 남서쪽을 향하면, 횡단보도 위 사람 흐름과 버스 움직임이 겹친다. 셔터 1초 내외로 끊어주면 사람 실루엣은 남고, 차량은 약간만 끌려 생동감이 생긴다. 너무 길게 끌면 군중이 유령처럼 퍼지고, 도시의 리듬이 도리어 사라진다.
동성로 골목은 전구색과 주광색이 뒤섞여 색온도 관리가 어렵다. 화이트밸런스를 자동으로 맡기면 촬영마다 색이 요동친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3200K 근처로 고정하고, 붉어지는 영역은 후보정에서 그린 계열을 살짝 더해 준다. 현장에서 확인할 때 휴대폰으로 본 프리뷰는 정확하지 않다. 디스플레이가 과포화 표현을 하기 때문이다. RAW 촬영을 놓치지 말고, 히스토그램이 오른쪽으로 살짝 닿을락 말락 하는 지점까지만 노출을 올려 두면 간판 하이라이트를 살릴 수 있다. 동성로 대구백화점 인근의 유리창 반사는 인물 촬영에 유용하다. 외부 네온이 유리면에 반사되어 즉석 라이트월처럼 작동한다. 인물과 유리 사이 거리를 30cm 정도로 유지하면 얼굴에 과한 색 번짐을 피할 수 있다.
김광석 다시그리기길, 조형물과 스트리트 조명의 균형
밤 9시 이후 인파가 줄어드는 시간대가 노려볼 만하다. 길 전체가 벽화, 조형물, 소형 공연장으로 이어져 다양한 피사체가 나온다. 문제는 조명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전구색 스폿 아래선 피부가 쉽게 노랗게 뜨고, 뒤편 벽화는 형광등빛이 차갑게 떨어진다. 인물을 찍을 때는 주변 간판이나 상점 내부에서 새어 나오는 주광색을 보조광으로 활용한다. 벽과 벽 사이 골목 입구에 서면 두 광원이 자연스럽게 믹스되는데, 얼굴 하이라이트가 뜨지 않게 ISO를 낮추고, 배경은 셔터로 끌어준다. 셔터 1/15에서 1/30 사이, 손떨림 보정이 되는 바디라면 불편하지 않다.
이곳에서 흔한 실수는 벽화 자체에 노출을 맞춰 인물이 어두워지는 것이다. 인물 촬영이라면 측광을 스팟으로 돌리고 얼굴에 맞춘다. 대신 배경 벽화가 날아가는 것을 막으려면, 인물에게 45도 각도로 작은 LED 패널을 살짝 올려준다. 패널은 5퍼센트만 켜도 충분하며, 색온도를 4000K 근처로 맞추면 벽화 색감과 무리 없이 섞인다. 가벼운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엔 아스팔트 위 네온 반사가 살아나 촬영 밀도가 올라간다. 우산은 투명 우산이 안전하다. 불투명 우산은 얼굴에 그림자를 과하게 만든다.
수성못과 무학지, 물 위에 띄우는 도시광
수성못은 밤이 되면 수면 위에 주변 조명이 얇게 깔린다. 바람이 거의 없는 날엔 거울처럼 반사가 생긴다. 이 반사를 노리려면 바람 예보보다 현장에서 물결 상태를 보는 편이 낫다. 호수 특성상 미세한 대류가 10분 단위로 바뀐다. 동쪽 산책로에서 서쪽 카페 거리를 바라보면 건물 라인이 수평을 잡기 쉽다. 삼각대를 펴고 f/8, ISO 100, 10초 전후로 시작한다. 다리 난간에 걸치듯 촬영하면 미세 진동이 줄어들고, 수면 반사가 매끈해진다. 달이 밝은 날엔 라이트 폴루션이 겹쳐 대비가 낮아지므로 CPL 필터가 도움이 된다. 다만 수면 반사를 줄여버릴 수 있어 각도를 바꾸며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무학지는 대밤 규모가 작아 친밀하다. 낮은 가로등이 수면에 만들어내는 엷은 타원형 빛맺음이 좋다. 인물과 함께라면 물가 1.5미터쯤 떨어진 곳에 세워, 물 위 반사를 배경 삼아 반신 프레임으로 잡는다. 스마트폰에서도 가능하지만 야간 모드의 자동 노이즈 리덕션이 피부 질감을 과하게 뭉개는 경우가 있다. HDR을 끄고, 노출을 살짝 언더로 맞춘 뒤 후보정에서 밝기를 끌어올리면 질감이 살아난다.
앞산 전망대와 안지랑 고가, 헤드라이트의 리듬
앞산 전망대는 야간 도시 파노라마의 교과서 같은 장소다. 오후 7시에서 9시 사이, 교통량이 꾸준할 때 광역도로의 헤드라이트 띠가 가장 아름답다. 파노라마를 노릴 때는 단순히 광각 하나로 끝내지 말고 50mm 내외로 세로 프레임을 겹쳐가며 다섯 장 이상 이어붙이는 방식을 써보자. 분지 도시의 레이어가 살아난다. 초점은 무한대로 맞추되, 렌즈에 따라 실제 무한대 표기가 부정확할 수 있다. 밝은 건물 간판에 라이브뷰 확대를 걸어 핀을 수동으로 잡으면 실패 확률이 줄어든다. 바람이 강하면 삼각대에 가방을 매달아 흔들림을 줄인다.
안지랑 고가도로는 차량 궤적 찍기에 최적이다. 인근 노점과 식당 불빛이 프레임 가장자리에 들어오면 색의 층이 생긴다. 차 흐름이 뜸해 보이는 날도 5분 정도 기다리면 신호 주기에 맞춰 한 번씩 몰린다. 장노출 15초 내외, f/11로 궤적을 촘촘히 쌓으면 흰색과 붉은색 선이 서로 겹치며 미세한 결을 만든다. 고가 아래 그림자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중심부 빛이 더 도드라진다. 안전은 필수다. 방음벽 가까이 붙지 말고, 삼각대 다리는 보행 동선 밖에 놓는다. 지나가는 사람과 아이의 발목이 걸리기 쉬운 위치를 피한다.
서문야시장, 군중의 에너지와 연기
서문시장 야시장은 파도처럼 요동치는 공간이다. 밤에 특히 뜨거운 스팀과 기름 연기, 간헐적으로 치솟는 화염이 사진으로 살아난다. 여기서 실패하는 패턴은 하나다. 넓게만 찍고, 맛을 하나도 못 담는다. 35mm나 50mm 쯤으로 바짝 들어가 수평을 낮추자. 조리개를 f/2.8로 열고, 셔터 1/125 이상으로 손놀림과 표정의 순간을 붙잡는다. 소스가 떨어지는 순간, 국자가 솟았다 내려오는 순간, 손님이 첫 입 먹고 눈을 크게 뜨는 순간을 기다린다. 허락을 구하는 말 한마디가 프레임을 바꾼다. 나는 “멋있는데요, 한 컷만 찍어도 될까요?”라고 고개 숙여 묻고, 촬영 후 화면을 돌려 보여준다. 그 10초가 다음 프레임의 표정을 풀어준다.
색은 복잡하다. 천막 아래 전구색, 상점 안 주광색, 간판 RGB가 한 프레임에 들어온다. 통일감을 만들려면 역광을 등지고, 인물 얼굴에는 상점 내부 빛을 받게 한다. 뒤의 전구색은 보케로 흩어져 따뜻한 배경을 만든다. 연기가 많을 땐 역광 쪽으로 살짝 틀면 연무에 라인이 생긴다. 마스크를 챙기면 오래 버틸 수 있다. 피사체와의 거리를 지키는 예의도 잊지 않는다. 손님이 줄 서 있는 이동 동선을 막으면 곧장 제지받는다.
대구 북성로와 근대골목, 금속과 콘크리트의 밤색
북성로는 철물점, 공구상, 오래된 간판이 얽힌 동네다. 밤이면 셔터문 틈으로 새는 희미한 빛, 전구 한두 개 켜놓은 작업대가 프레임을 만든다. 금속 표면에 비친 소량의 빛은 질감이 좋다. 클로즈업으로 들어가 리벳 헤드, 그라인더 자국, 녹빛 결을 포착하면 누가 보아도 대구의 밤이 된다. 노출은 과하지 않게, 약간 어둡게 가져가면 금속 본연의 회색이 산다. 하이라이트 롤오프가 부드러운 렌즈일수록 좋다. 빈티지 수동 렌즈가 뜻밖에 제 몫을 한다.
근대골목은 야간 산책자에게 익숙하지만, 사진가는 다른 길을 권한다. 정면의 아름다운 벽돌만 좇지 말고, 측면 골목으로 반 깊이 들어가 빛샘과 그림자, 계단의 리듬을 잡자. 높은 대비를 품고 있으니, 브라케팅으로 세 장 정도 노출을 나눠 담은 뒤 합치는 방식도 유용하다. 단, HDR 느낌이 과하면 금방 인공적이 된다. 그림자 영역은 노이즈를 허용하고, 하이라이트만 과하지 않게 보호하는 쪽이 더 자연스럽다. 인물 촬영이라면 벽돌과 인물 사이 거리를 2미터 정도 두고 배경을 살짝만 흐린다. f/2에서 f/2.8 사이가 적당하다. 벽돌 줄눈이 너무 뭉개지면 장소성이 약해진다.
신천과 다리, 흐름을 천천히 붙잡는 장노출
신천은 대구의 야간 러너와 자전거가 지나는 길이다. 다리가 여러 개라 반복되는 프레임을 피하기 어렵지만, 다리 아래 반사와 상판의 선형 조명을 이용하면 고유한 화면이 나온다. 신천교 아래에서 상류를 향해 카메라를 두고, 중앙분리대 겸 수변 돌출부에 삼각대를 받치면 흔들림이 적다. 물 흐름을 평면으로 만들고 싶다면 20초 이상, 빈티지한 느낌을 원하면 4초 내외로 끊는다. 고가 아래의 주황색 나트륨등과 상판 LED의 백색이 섞일 때, 색 보정이 관건이다. 현장에선 3700K 쪽으로 땡겨 두고 RAW에서 두 색상을 따로 잡는다. 디센추레이션을 무턱대고 걸면 밤의 풍부함이 사라진다. 색채는 과감하게 줄이되, 포인트 컬러 하나는 남겨 둔다. 예를 들면 러너의 형광 조끼, 자전거 테일라이트, 다리 난간의 청색 라인.
비가 그친 직후는 신천의 표정이 달라진다. 포장면이 젖어 난반사가 균일해지고, 얕은 웅덩이에 다리 조명이 떠오른다. 발을 들이미는 프레임이 가능한 날이다. 방수 신발 혹은 슬리퍼 하나 가방에 넣어두면 즉석에서 각도를 과감히 내릴 수 있다.
팔공산 동화사 일대, 고요한 암부와 절제된 조도
도심의 번쩍임과 반대로, 팔공산 동화사 쪽 야간은 많이 비어있다. 사찰의 조명은 절제되어 있고, 나무 그늘은 의도적으로 어둡다. 이런 환경에서 인생샷을 건질 포인트는 과장되지 않은 대비다. 불전 앞마당에서 등불의 작은 하이라이트와 처마의 곡선을 함께 담을 때, 노출이 어렵다. 등불이 날아가니 노출을 낮추면 전체가 너무 어두워진다. 관건은 프레이밍이다. 등불을 화면 가장자리로 밀고, 하이라이트가 화면 밖으로 빠져나가며 깔끔하게 롤오프되게 만든다. 이렇게 하면 데이터가 덜 날아가고, 시선도 자연스럽게 중앙으로 들어온다.
일주문을 통과한 뒤 나무숲 길은 안개가 잦다. 초봄과 늦가을 새벽 1시에서 3시 사이, 기온차로 엷은 안개가 골짜기에 내린다. 헤드랜턴을 쓰지 말고, 눈이 어두움에 익도록 10분만 기다리면, 스마트폰조차 노이즈를 견딜 만큼 빛이 있다. ISO를 과도하게 올리지 말고 삼각대를 믿자. 셔터 8초, f/4에서 시작하면 나뭇잎 윤곽과 길의 반사가 차분하게 떠오른다. 소리도 사진의 일부다. 너무 깊이 들어가면 야생동물을 놀라게 하니, 발걸음 소리를 일부러 내며 이동한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주변 빛으로 만드는 야간 인물
공원은 보기보다 어둡다. 하지만 주변 시청사, 기업 빌딩의 간접광이 충분히 떨어진다. 별도의 대형 조명을 펴지 않고도 인물 촬영이 가능하다. 공원 중앙의 조형물은 금속 재질이라 차가운 반사를 준다. 인물을 금속 표면과 1미터 정도 두고, 측면에서 떨어지는 간접광을 받게 하면 얼굴 윤곽이 자연스럽다. 배경의 빌딩 조명은 f/2로 살짝 흐려 건조함을 덜어낸다. 흑백 전환도 잘 먹힌다. 이곳의 콘크리트, 금속, 잔디 결은 흑백에서 질감이 살아난다.
특히 눈 내린 날 밤, 인공광이 눈 입자에 산란되어 공기가 환해진다. 셔터 1/60, 플래시 없음, ISO 1600 정도로 손에 들고도 담을 수 있다. 코트 깃과 어깨에 쌓이는 눈송이가 훌륭한 포인트가 된다. 다만 미끄럼 사고가 잦은 곳이니, 삼각대 다리를 넓게 벌리고, 보행자 동선과 겹치지 않게 위치를 잡는다.
엑스코 일대와 이시아폴리스, 현대적인 직선과 유리
전시장이 있는 엑스코 주변은 유리와 금속이 주인공이다. 밤에는 내부 잔광과 실내 청소 조명이 산발적으로 남아 있다. 이런 불균질한 조명 덕분에 유리 반사가 한층 다채롭다. 유리 면에 카메라를 거의 붙다시피 하고, 초점은 유리 너머 한두 미터 뒤 대상에 맞춘다. 유리 두께에 따라 이중상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이중상은 의도하면 멋지고, 의도하지 않으면 지저분하다. 렌즈를 살짝 비틀어 광축을 유리와 아주 미세하게 어긋나게 하면 이중상이 한쪽으로 밀려 도리어 패턴이 된다. 광각보다는 35mm 이상을 추천한다. 왜곡이 덜하고, 직선의 긴장감이 산다.
이시아폴리스의 대형 주차장 루프탑은 도시 야경의 외곽 뷰포인트다. 주차장 관리 규정에 따라 출입이 제한될 수 있으니, 혼잡한 시간대를 피하고, 경비 직원에게 양해를 구한다. 루프탑 난간을 프레임 하단에 얕게 넣어 전경을 만들고, 멀리 대구의 빛 띠를 배경으로 깔면 심도가 깊어진다. 밤바람이 강하니, 얇은 재킷 위에 바람막이를 추가로 걸어 촬영 리듬을 유지한다. 몸이 떨리면 프레임도 흔들린다.
골목 네온과 간판천국, 칠성시장 뒷골목의 색놀이
칠성시장 메인 스트리트보다 뒷골목이 색이 더 좋다. 간판의 색이 겹치거나 깜박이는 리듬이 일정한 곳을 찾아 5분만 지켜보면, 프레임의 리듬이 보인다. 네온의 종류에 따라 색온도가 크게 달라진다. 붉은 네온은 센서의 레드 채널을 쉽게 포화시킨다. 히스토그램에서 빨간 채널만 오른쪽을 치는 현상이 뜨면, 노출을 1/3스톱만 내려도 채도와 디테일이 돌아온다. 파란 네온은 노이즈가 쉽게 보인다. 어두운 파란 배경 위에서 ISO를 올리면 색 노이즈가 눈에 띈다. 차라리 셔터를 길게 끌어라. 파란 면적이 넓을수록 장노출의 매끄러움이 빛난다.
젖은 골목 바닥은 최고의 조명 보조다. 간판이 바닥에서 다시 튀어 올라와 얼굴 밑광으로 작동한다. 인물에게 살짝 턱을 들게 하고, 눈 밑 그림자를 지워준다. 하지만 너무 가까이 바닥 반사를 쓰면 턱 아래 핫스팟이 생긴다. 인물을 한 발 뒤로 빼고, 반사는 보조로만 활용한다. 담배 연기, 라면 수증기, 겨울 입김은 색을 붙잡는 좋은 매체다. 역광에서 45도, 셔터를 1/60로 끊으면 연무가 또렷하게 선다.
야간 촬영의 현실적인 변수, 날씨, 장비, 숨
대구의 여름 밤은 체감 습도가 높다. 렌즈 김서림이 잦다. 실내에서 바로 나왔다면 10분은 케이스에서 꺼내 환기시키며 기다려라. 마른 휴지로 계속 문지르면 더 망친다. 겨울은 건조해서 정전기가 장난 아니다. 금속 난간에 삼각대를 대고 수초 노출을 걸 때, 정전기 스파크가 센서에 영향 줄 걱정은 크지 않지만, 손이 튄다. 장갑을 끼고, 삼각대 금속부를 만지기 전 다른 금속 표면에 한 번 접촉해 방전한다.
배터리는 밤에 빨리 닳는다. 미러리스는 특히 심하다. 나는 예비 배터리를 최소 두 개, 60퍼센트쯤 남았을 때 바로 교체한다. LCD 밝기는 낮춰 둔다. 삼각대는 라이트한 카본이 좋지만, 바람 많은 고지대에서는 다리가 얇은 카본이 오히려 불리하다. 무게가 답일 때가 있다. 가방에 물병을 하나 달아 무게추로 쓰면 떨림이 줄어든다. 그리고, 숨. 장노출 중 코로 뜨거운 김을 내쉬면 겨울엔 렌즈 전면에 서리처럼 맺힌다. 셔터가 열렸을 때는 카메라에서 얼굴을 떼고 옆으로 고개를 돌린다. 이런 사소한 습관이 실패 컷을 줄인다.

아울러, 도심 촬영에서의 보안 이슈를 가볍게 보지 말자. 상업 빌딩, 아파트 단지, 공사 현장은 촬영 제한이 있을 수 있다. 경비 직원의 안내를 받으면 그대로 따르자. 설명을 잘하면 대부분 협조적이다. “상업 목적 아니고, 사람 얼굴은 안 나오게 찍는다”는 말이 효과적이다. 삼각대 금지 구역도 있다. 그럴 땐 난간을 미니 클램프로 대신 활용한다. 시중에 200그램 내외의 소형 볼헤드가 달린 클램프가 있다. 난간 두께만 맞으면 강력한 대안이다.
대구의 밤을 읽는 법, 시간표와 패턴
도시의 빛에는 시간표가 있다. 휘황찬란한 간판도 10시, 11시, 자정, 1시를 기점으로 차례로 꺼진다. 반대로 일부 카페, 편의점, 노점은 새벽 2시까지 계속 켜 있다. 이 패턴을 한두 번만 기록해두면, 원하는 장면을 맞추기 위해 굳이 길게 기다릴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동성로의 특정 네온은 11시 30분에 꺼지고, 그 옆 카페의 실내 조명은 새벽 1시까지 남는다. 11시 20분에 도착해 10분 동안 필요한 컷을 뽑고, 바로 수성못으로 이동하면 바람이 가라앉는 시간대와 겹친다. 촬영은 체력 관리도 실력의 일부다.
비가 오는 날은 프리미엄이다. 번거롭지만 결과가 보상한다. 소나기가 지나간 뒤 30분, 아스팔트가 아직 젖어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 바람은 잦아들고, 반사는 살아 있다. 이때는 박스형 스니커즈보다 밑창이 마찰력 높은 신발이 낫다. 넘어지면 장비보다 몸이 먼저 다친다. 우산 손잡이를 삼각대 중앙기둥에 임시로 묶는 작은 벨크로 스트랩 하나면, 비를 막고도 두 손이 자유롭다.
현장에서 바로 써먹는 소형 체크리스트
- 셔터, 조리개, ISO 시작점: 도시 야경 풍경 f/8, ISO 100, 10초. 인물 스트리트 f/2.8, ISO 800, 1/125. 화이트밸런스 고정: 네온 거리 3200K 근처, 나트륨등 구역 3700K. RAW에서 세밀 보정. 삼각대 대안: 클램프, 난간, 배낭. 미니샌드백이나 물병으로 즉석 무게추. 반사 활용: 비 온 뒤 바닥, 유리창, 금속 표면. 반사면과 20~30도 각도로 접근. 대기와 패턴: 신호 주기 2~3 사이클 관찰, 간판 소등 시간 기록, 바람 10분 대기.
사람과의 거리, 도시와의 예의
야간 사진은 은근히 타인의 피로를 건드린다. 저녁 장사를 마친 사장님 앞에서, 마감 후 쉴 틈 없는 청소 노동자의 앞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일이 가볍지 않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 몇 가지 규칙을 둔다. 인물을 분명히 찍을 땐 허락을 구한다. 얼굴이 나오지 않는 뒤태, 손, 실루엣만 담을 때라도 동선은 막지 않는다. 삼각대가 길막이 되지 않게 수시로 확인한다. 사진가에겐 한 컷이지만, 타인에게는 하루의 피로 위로 떨어지는 작은 방해가 될 수 있다. 도시와의 관계가 좋으면, 사진도 좋아진다. 한 번 웃으며 인사를 건넨 가게는 다음에 가도 환대가 남는다. 야간 촬영이 장기 프로젝트라면 더더욱.
장비보다 루트가 만든다, 대구형 동선 제안
동선은 취향의 산물이다. 하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물 흐르듯 이어지는 루트를 만들었다. 퇴근 후 7시에 반월당에 내려 40분, 동성로 골목을 파고들며 색을 모은다. 밤 8시에 서문야시장으로 넘어가 1시간, 군중의 에너지를 담는다. 9시 반에 신천교로 이동해 다리 아래 장노출로 호흡을 낮춘다. 10시 반 수성못으로 가 바람이 가라앉는 11시대를 기다린다. 자정 무렵 안지랑 고가에서 궤적을 몇 장 더 끌고, 체력이 남으면 앞산 전망대에서 도심 파노라마를 세로 파노로 이어 붙인다. 다음 날 여유가 있으면 새벽 1시 반 팔공산 입구로 살짝 드라이브만 해, 안개과 나무 윤곽을 두 장 건진다. 무리하면 망한다. 하루에 두세 구역만 정해 깊게 파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실패가 남기는 것, 밤이 주는 두 번째 기회
야간 촬영은 실패가 기본값이다. 노출을 1스톱만 잘못 잡아도 하이라이트가 날아가고, 셔터를 2초만 길게 끌어도 인물의 눈이 풀린다. 하지만 같은 장면이 다음 날, 다음 주에 다시 온다. 대구의 밤은 꾸준하다. 나는 몇 해 전에 반월당 사거리에서 비가 내리던 날, 노란 버스와 파란 우산, 빨간 네온이 하나의 레이어로 겹친 순간을 놓쳤다. 셔터가 열려 있었고, 버스는 내 앞을 지나갔다. 화면엔 붉고 파란 잔상만 남았다. 그 장면이 잊히지 않아 같은 시간, 같은 장소를 네 번 돌아갔다. 결국 다섯 번째 날, 버스는 오지 않았지만, 배달 오토바이의 붉은 테일라이트가 거리 끝을 그어 줬다. 그 사진을 더 좋아한다. 도시가 준 변주였다.
대구의 밤은 잡아늘이면 선이 되고, 가만 두면 덩어리가 된다. 사진가는 그 사이에서 리듬을 고른다. 화려함을 쫓아도 좋고, 고요를 모아도 좋다. 중요한 건 자신의 걸음 속도를 아는 것. 밤공기가 피부에 닿는 시간을 충분히 두라. 셔터를 누르기 전 10초, 화면에서 눈을 떼고 주변의 빛을 듣자. 어디서 불이 꺼지고, 어디서 켜지며, 누구의 걸음이 빠르고, 어디서 느려지는지. 그 리듬을 기억하는 사람이 결국 대구의 밤에서 인생샷을 건진다.